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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좋다

리틀 포레스트-한여름 오이냉국처럼 청량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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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


드라마 / 12세 관람가

2017.02.28 개봉 / 103분

감독 : 임순례

출연 : 김태리, 류준열, 진기주


거의 일 년 넘게 기다렸던 것 같다.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소식부터 임순례 감독, 김태리, 류준열 배우가 캐스팅이 되었다는 이야기며, 사계절을 담기 위해 촬영 기간만 일 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던 뉴스들까지. 드문드문, 하지만 꾸준히 전해지는 영화 소식을 접하며 이상하게도 빨리 보고 싶다는 조바심보다는 왠지 기꺼이 기다려지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2018년 2월 겨울의 끝자락, 아니 추운 바람 끝에 모락모락 봄기운이 묻어나는 3월이 되어서 <리틀 포레스트>를 보러갔다.

영화를 보기 전의 기대는, 좋아하는 배우에 대한 기대, 그의 안목에 대한 기대 정도였다. 원작을 보지 못해서 비교 감상 같은 건 생각도 못했고. 그런데 그렇다고 치더라도 영화가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엄청난 결기를 가지고 흘러가는 연출이나 연기가 아니라 순리대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이야기, 그래서 보는 관객도 편안한 영화가 바로 '리틀 포레스트'다. 영화를 본 첫번째 소감은 이제는 진부해져버린 ‘힐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배길 수 없는 제대로된 “힐링타임”이었다는 것. 영화를 보며 마치 나도 그들이 사는 시골 동네로 들어가 배우들과 함께 봄여름가을겨울의 시간을 보낸 느낌이랄까. 그 흔한 반전도 절정의 감정연기도 없지만 지루하기는커녕 나도 모르게 흠뻑 빠져들어서 봤다. 아무 생각 없이 예능프로 “삼시세끼”를 보면서 어쩐지 마음이 평화로워지곤 했던 그런 느낌의 업그레이드 버전 같기도 하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를 벗어나 살아 본 적이 없음에도, ‘저렇게 시골에 내려가서 부지런히 농사 짓고 맛난 요리해먹으며 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결국 산다는 것은 “속 편한 곳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과 맛있는 거 해먹고, 오늘 행복하면 그걸로 된 것"일지도...

그렇다고 “아이고 다 의미 없다~” 식으로 열심히 사는 사람들 바보 만들고 보는 사람 맥 다 빼놓는 영화는 아니다. 자꾸 말하지만 그냥 자연스럽다. 이야기도, 인물도... 일부러 속마음과 달리 말하고, 꾸미고, 척해야 하는 것 없이 마음 그대로 자신에게 충실한 세 명의 찌들지 않은 젊음이 건강해보여 살짝 부러웠다.

“기대”했던 배우 류준열은 역시나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흔할 법한 캐릭터지만 적절하게 인물에 빠져든 연기, 넘치는 재기와 연기력을 캐릭터가 가진 그릇 안에 적확하게 충분히 풍성히 담아내는 능력은 참으로 탁월하다. 순간순간 묻어나는 유머스런 대사의 맛도 좋았다. 데뷔작 '아가씨'때부터 될성 부른 싹을 보였던 주인공 김태리는 그녀만의 전매특허인 순수하면서 당차고 씩씩한 다채로운 분위기로 캐릭터의 매력을 뽐낸다. 이렇게 그 자체로 자연스럽고 또랑또랑 “살아있는” 여자 배우를 한국영화에서 참 오랜만에 본 것 같다. 영화 속에서 그가 맛있게도 먹던 시원한 오이냉국처럼 청량한 김태리의 연기를 스크린에서 계속 만날 수 있기를... ... . 내 어릴적 소꼽친구를 보는 듯 야무지고 통통 튀는 진기주의 연기도 귀여웠다.

이 영화를 어른들도 보실까 싶어 반신반의하며 일흔이 넘으신 어머니를 모시고 갔는데, 영화 속 사계절 전원 풍경이랑 봄여름가을겨울 철철이 등장하는 맛난 요리덕분일까, 한 번 졸지도 않으시고 너무 집중해서 보셨다. 끝나고 “재미있었어?” 여쭸더니 대답 없이 크게 고개를 끄떡하신다. 그래 뭐, 이 이상의 영화평이 또 있겠어! 화려하고 번잡스러운 큰 영화도 좋지만 가끔은 깔끔하고 깊은 맛이 나는 밑반찬처럼 잔잔한 영화들의 ‘리틀 포레스트’도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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