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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소설 읽는 여자

김교석 <아무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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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20분이면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 베개와 이불을 정리한다. 그 다음 샤워를 하고, 머리카락을 줍고, 거울과 수건 걸이의 물기를 제거한다. 키우는 식물들을 위해 가습기의 습도를 65%에 맞추고, 식탁 위에 새 물컵을 꺼내 놓는 일로 아침 일과를 끝낸다. 

매일 아침 이런 일과를 "아무튼" 10년 넘게 "계속"해온 남자가 있다. '벤치워머스'의 편집자이자 칼럼니스트 '김교석', 그가 자신만의 루틴을 기록한 책 <아무튼, 계속>. 책도 좋았지만 <월간 예스 이십사>에 실린 저자의 인터뷰도 썩 마음에 들었다.



내 경우에도 "심플 라이프"를 지향하게 되자, 당연스레 요구되는 삶의 미덕은 단연 "루틴(routine)" 지키기. 심플하고 미니멀하게 살려면 주변 정리는 필수이고, 그 핵심은 나의 일상부터 정리정돈 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루틴을 갖는 습관이었다. 딱히 루틴이랄 것 없이 오늘 이렇게, 내일은 저렇게, 지금은 요 모양으로, 나중엔 또 저 모양으로 왔다갔다 하다보면 일상이 어지러워지고 정리정돈은 물거품이 될 수 밖에 없다. 반대로 매일의 일상을 정리정돈하다보면 루틴이란게 생긴다고 할까?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바로 그 "루틴"을 가지는 것이다. 몇 번 노력하다 이틀도 못 지켜서 좌절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뭐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딱히 루틴 같은 거 없이 살겠지 싶었는데, 얼마전 지인에게 슬쩍 물어봤다가 "매일 아침 기상 후 바로 20분 정도 청소기를 돌린다."는 말을 듣고 그 사람을 다시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자책, '그래 나 빼고 다들 열심히 살고 있었어... ... . ' 


저자의 살림 콘셉트는 "체크인한 호텔방 같은 느낌". 일종의 청량함을 위한 저자만의 공간 심리라고 한다. 


"이를 위해 퇴근을 하면 한 20분간은 무조건 집안 일을 해요. 수요일은 바닥청소, 목요일과 금요일은 먼지 털기 뭐 그런 것들이죠. " (월간 채널 예스 인터뷰 중) 


물론 이런 일상의 루틴을 지키기 위해 타인과의 접촉은 최소화 해야한다. 웬만하면 약속을 잘 잡지 않고, 꼭 만나야 한다면 술이나 식사 대신 차 약속 정도. 그렇게 해야만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고 루틴을 이어갈 수 있단다. 꼭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냐고?


 "제 경우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회포를 풀거나 외로움을 해소하거나 하는 일이 오히려 더 피곤하게 느껴져요. 집에 가서 해야할 일들이 더 늘어나니까요." (월간 채널 예스 인터뷰 중) 


만수산 드렁칡 얽히듯 어울렁 더울렁, 개인적인 기분과 상황은 잠시 희생하고 좋은 게 좋다며 어울려 사는 것만이 미덕인 줄 아는 이들에겐 너무나 단정하다 못해 "깍쟁이 개인주의자"로 보이는 말일지 모른다. 하지만 토끼는 토끼대로, 호랑이는 호랑이대로, 그리고 사람은 각자 그 개인마다 고유한 성향이 있고, 저마다 자신만의 생존을 위해 지켜야만 하는 습관과 원칙이란 것이 있다. 저자 김교석에겐 '루틴'이 바로 그런 것. 그렇다면 루틴을 반복하면서 그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평온한 일상이 아닐까요? 스트레스도 덜 받게 되고요. 저한테 반복되는 루틴들이 일종의 울타리 역할을 하는 것 같은데 집으로 들어가는 순간 할 일을 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고민할 여유가 없어요."  (월간 채널 예스 인터뷰 중) 



즉 일상의 평화로움을 확인하는 저자만의 방법이 바로 '루틴 지키기"인 것이다. 

실제로 해외에서 살다보면 커피숍 같은 곳에 언제나 같은 시각에 같은 메뉴를 시키고 같은 자리에 앉아 신문을 보며 커피를 마시는 것을 일상의 가장 큰 기쁨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일상의 루틴이 변함없이 반복됨으로써 오늘 나의 하루가 평소와 같이 평화롭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종의 의식 같은 것이다. 

매일 사건 사고가 터지고, 뜻하지 않았던 약속이 불쑥 치고 들어오거나 황당하게 취소되는 변덕스럽고 변화무쌍한 예외 상황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능력이고 미덕인 우리사회에서는 지키기도 어렵거니와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너무 극단적이지 않다면 루틴을 가지고, 지키며 살고 싶다. 불안한 현대 사회에서 이 정도 자기 관리로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지 않은가! "아무튼 계속"하는 일상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저자는 꼭 필요한 기술을 일러준다. 


"기술 이전에 가능한 한 자기를 쳐다보야 할 것 같아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거죠. 그걸 체화하기 위해 혼자 밥을 먹어보는게 좋은 연습이 될 순 있을 것 같아요. 스마트폰 같은 연결 고리 없이 온전히 밥 먹는 일에 집중하는 거죠. 또 하루를 기록해보는 것도 좋아요. 가계부를 쓰듯이 내가 어떻게 살고 있나, 내 하루는 어떤 식으로 쓰이고 있는지 정리를 하다보면 일상을 바꾸고 싶은 사람이 되게 많을 거예요." (월간 채널 예스 인터뷰 중) 


그렇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를 알아가는 것". 온전한 나로 살기 위해 "아무튼, 계속"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