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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소설 읽는 여자

김교석 <아무튼 계속> 아침 7시 20분이면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 베개와 이불을 정리한다. 그 다음 샤워를 하고, 머리카락을 줍고, 거울과 수건 걸이의 물기를 제거한다. 키우는 식물들을 위해 가습기의 습도를 65%에 맞추고, 식탁 위에 새 물컵을 꺼내 놓는 일로 아침 일과를 끝낸다. 매일 아침 이런 일과를 "아무튼" 10년 넘게 "계속"해온 남자가 있다. '벤치워머스'의 편집자이자 칼럼니스트 '김교석', 그가 자신만의 루틴을 기록한 책 . 책도 좋았지만 에 실린 저자의 인터뷰도 썩 마음에 들었다. 내 경우에도 "심플 라이프"를 지향하게 되자, 당연스레 요구되는 삶의 미덕은 단연 "루틴(routine)" 지키기. 심플하고 미니멀하게 살려면 주변 정리는 필수이고, 그 핵심은 나의 일상부터 정리정돈 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가장.. 더보기
정유정 <7년의 밤>-몰아치는 이야기의 힘 정유정 작가의 어마어마한 필력에 대해서는 익히 소문을 듣고 있었지만 좀체 기회가 닿지 않아(소설을 멀리하고 다른 장르를 한창 읽을 때라...) 베스트 셀러에 올랐을 당시에는 작품을 읽어볼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몇 년 전 후배가 “꼭 읽어야 한다”며 추천한 을 읽고, 그 몰아치는 에너지에 넉다운 되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멈출 수 없는 엄청난 힘으로 독자를 잡아당기는 그 무시무시한 흡입력, 복받치고, 격해지고, 터질 듯 타올랐던 긴장감, 아... 독서가 이렇게 힘든 노동이었나 싶을 정도로 혼을 빼앗긴 느낌이었다. 그 후로 , 까지 내쳐 읽고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그 엄청난 이야기의 힘이 버거워서 잠시 쉬고 있던 중 이 영화로 제작되었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책을 폈다. 그리고.... ... . 책장을 몇 장 넘.. 더보기
여행, 여기서 행복할 것 <모든 요일의 여행> 김민철 저 ∥ 북라이프 “예전 책에'여기서 행복할 것' 이라고 써두었더니 누군가 나에게 일러 주었다.'여기서 행복할 것' 의 줄임말이'여행'이라고.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작 에서 담백한 문장으로 “일상”에 대한 사려 깊은 관찰과 성찰을 그려냈던 김민철 작가가 이번엔 ‘여행’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은 여행에 관한 책이지만 단지 여행 이야기가 아니다. 카피라이터라는 직업대신 여행 전문가라고 불리어도 무방할 만큼 풍부한 여행 경험을 가진 작가임에도 책 속에 “여행하는 법”이나 “여행지 소개” 같은 실용적인 정보는 일절 없다. 다만 ‘기록하는 여행자’로서 낯선 땅에서 낯선 이들이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일상’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진솔한 글로 차분히 발견해내고 있다. 해외 여행이라면 겨우 1년에 몇 박 .. 더보기
<진정한 심플 라이프, 휘바 핀란드> -모니카 루꼬넨 자기 계발서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책들은 종종 읽게 된다. 주말에 교보문고에 들렀다가 사람들로 북적대는 섹션을 피해 비교적 한산한 코너에서 괜찮은 책 하나를 발견했다. -모니카 루꼬넨 최근 북유럽 풍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동경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심플 라이프”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당장 가까운 후배 하나도 ‘미니멀 라이프’를 살겠다고 선언하더니 어느 날 “집안의 물건들을 아주 많이 버렸다”며 스스로를 대견해했다. 그 친구야 원래도 쇼핑을 즐기지 않았을 뿐더러 물건에 대한 집착이 크지 않아서 수월했지만 그 반대도 있다. 오늘부터 당장 ‘미니멀 라이프’를 살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쌓아놓은 집안의 물건들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며.. 더보기
<너무 시끄러운 고독>-보후밀 흐라발 지난 번 포스팅에서 종종 제목에 이끌려 소설을 살 때가 있다는 고백을 했는데, 또 하나 책을 고를 때 나를 홀리곤 하는 요소가 바로 띠지에 박힌 카피다. 서점에 진열된 수많은 신간들 틈에서 단 한 두 줄로 독자의 시선을 잡아끄는 당당한 카피도 매력적이고, 그 속에 무엇을 담을지 고심을 거듭한 편집인들의 눈물겨운 고뇌가 느껴져서랄까. 너무 시끄러운 고독 작가/ 보후밀 흐라발 그런 점에서 오늘 소개하려는 책은 ‘나’라는 독자를 붙드는데 띠지가 제대로 열 일 했다. 일단 제목인 에서부터 눈길이 머물렀는데(이런 형용 모순적인 제목들 좀 좋아함 ㅎㅎ), 띠지에 떡하니 쓰인 문구가 다름 아닌, “국내 소설가 50인이 뽑은 2016년 올해의 소설” 게다가 “체코의 국민작가 보후밀 흐라발 필생의 역작” 무려 “국민 작.. 더보기
연애 소설 읽는 노인-루이스 세풀베다 종종 아무런 정보 없이 그저 제목에 이끌려 책을 사서 읽을 때가 있다. 이 바로 그런 책이다. 책을 읽기전 나의 상상: “연애”와 “노인”이라...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데... 제목 그대로 연애 소설에 빠진 어르신 이야기이겠지. 근데 왠지 연애에 빠꼼한 할아버지보다 숀 코너리나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떠올리게 하는 중후한 은빛 머리 휘날리며 과묵한 매력이 넘치는 멋진 어르신이 떠오른다. (왜 노인이라면서 할아버지만 떠올리는가!!) 아마도 스토리는 이쯤 될 것이다. 청춘의 한 시절, 첫사랑에 실패하여 일평생 그녀를 잊지 못하고 남몰래 연애 소설 읽는 것을 자신만의 길티 플레져(guilty pleasure) 삼아 살아가는 한 노인 이야기? (쓰고 보니 살짝 변태스럽다... 상상력의 빈곤함...부끄럽구나 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