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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소설 읽는 여자

연애 소설 읽는 노인-루이스 세풀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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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 아무런 정보 없이 그저 제목에 이끌려 책을 사서 읽을 때가 있다.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이 바로 그런 책이다. 


책을 읽기전 나의 상상:

 “연애”와 “노인”이라...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데... 제목 그대로 연애 소설에 빠진 어르신 이야기이겠지. 근데 왠지 연애에 빠꼼한 할아버지보다 숀 코너리나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떠올리게 하는 중후한 은빛 머리 휘날리며 과묵한 매력이 넘치는 멋진 어르신이 떠오른다. (왜 노인이라면서 할아버지만 떠올리는가!!)  

 아마도 스토리는 이쯤 될 것이다. 청춘의 한 시절, 첫사랑에 실패하여 일평생 그녀를 잊지 못하고 남몰래 연애 소설 읽는 것을 자신만의 길티 플레져(guilty pleasure) 삼아 살아가는 한 노인 이야기? (쓰고 보니 살짝 변태스럽다... 상상력의 빈곤함...부끄럽구나 ㅜㅜ)

책을 읽고 난 뒤:

 헐;; 첫 장을 펴자마자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 주인공이 “연애소설 읽는 노인”임은 분명한데, 어라 이야기가 상상 밖으로 흘러간다. 처음부터 몰아치는 에너지가 장난 아닌 이 소설! 대체 뭐지?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Luis Sepulveda)는 칠레의 소설가이자 시인이며 환경운동가이다. 학생 시절 피노체트의 반독재 운동에 가담한 뒤 정치적 박해를 피해 망명, 16년 간이나 라틴아메리카 전역을 여행하며 다양한 일을 했다. 1997년 이후 가족과 함께 스페인에서 살고 있다. 

 그의 첫 소설이기도 한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은 1989년 살해당한 환경 운동가 치코 멘데스를 기리는 장편 소설로, 출간과 동시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단숨에 그를 스타 작가로 만들어 주었다. 


2005년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방한하기도 했다.

 노인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책을 읽었다. 그의 독서 방식은 간단치 않았다. 먼저 그는 한 음절 한 음절을 음식 맛보듯 음미한 뒤에, 그것들을 모아서 자연스런 목소리로 읽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단어가 만들어지면 그것을 반복해서 읽었고, 역시 그런 식으로 문장이 만들어지면 그것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이렇듯 그는 반복과 반복을 통해서 그 글에 형상화된 생각과 감정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p.45)

거리...

소설의 배경은 남미의 아마존 밀림 부근의 한 마을 ‘일 이딜리오’. 

주인공인 안토니오는 연애 소설 읽기가 유일한 낙인 시골 노인이다.

하지만 고요하던 그의 일상에 어느 날 침략자들이 끼어든다. 평생 연애 소설이나 읽으며 조용하고 평화롭게 살기를 바라는 노인의 소박한 바람은 지켜질 수 있을까?

아치는 에너지와 서스펜스

 첫 장부터 몰아치는 에너지로 가득한 이 소설은 시종일관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생생한 묘사로 그려지는 정글은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스펙타클하다. 추리소설적 기법을 통해 인물과 사건들의 긴장감을 빚어낸 솜씨도 흥미진진하다. 그다지 두껍지도 않은 책 한 권 속에 이야기로서의 완성도는 물론, 환경 문제·생태학에서부터 사회 비평까지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들이 휘몰아치며 독자를 사로잡는다.

국 우리 모두는 "연애 소설 읽는 노인" 

 “연애 소설 읽기”가 상징하는 것은 아마도 우리가 누리는 평범한 일상의 평화일지도 모른다. 이를 지키기 위해 모두들 하루하루 전쟁 같은 현실을 그토록 치열하게 싸우며 버티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결국은 소설 속의 “연애 소설 읽는 노인”에 다름아니라는 서글픈 자각과 함께 노인의 삶에 뜨거운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된다.

 자존과 평화를 위해 목숨을 건 채 투쟁의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간 노인,  정글 같은 세상에서 한 인간으로서 품격을 지키며 살아남는 일이란 바로 그와 같아야 할지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