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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소설 읽는 여자

<진정한 심플 라이프, 휘바 핀란드> -모니카 루꼬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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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계발서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책들은 종종 읽게 된다. 

주말에 교보문고에 들렀다가 사람들로 북적대는 섹션을 피해 

비교적 한산한 코너에서 괜찮은 책 하나를 발견했다. 


 <진정한 심플 라이프, 휘바 핀란드> -모니카 루꼬넨



 최근 북유럽 풍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동경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심플 라이프”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당장 가까운 후배 하나도 ‘미니멀 라이프’를 살겠다고 선언하더니 어느 날 “집안의 물건들을 아주 많이 버렸다”며 스스로를 대견해했다. 그 친구야 원래도 쇼핑을 즐기지 않았을 뿐더러 물건에 대한 집착이 크지 않아서 수월했지만 그 반대도 있다. 오늘부터 당장 ‘미니멀 라이프’를 살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쌓아놓은 집안의 물건들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며 (버린 물건이 아까워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도 봤다. ‘행복’하자고 시작한 미니멀 라이프의 시작이 버리는 ‘고통’에서부터 비롯되다니 아이러니하다.

 나또한 예전에 비해 ‘많이 (내려놓는다고) 내려놓았지만’ 한참 멀었다. 그런데 일단 뭘 버리기만 하면 저절로 ‘심플하고 미니멀한 삶’이 되는 걸까? 이 책은 진정한 심플 라이프를 이렇게 설명한다.


“소유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기는 것에 가치를 둔다"



            


 핀란드 사람들은 브랜드를 좋아한다? 

 검소하고 소유욕이 없는 핀란드 사람들은 브랜드 따위를 중요하게 여길 것 같지 않지만 실은 그 반대다. 핀란드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장인, 혹은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핀란드에 독특한 디자이너 브랜드가 끊임없이 탄생하는 이유다. 대신 우리나라에서 소위 ‘명품’ 대접 받는 브랜드들은 핀란드에서 인기가 없다. 개성과 독창성, 나만의 눈높이와 가치로 평가하는 그들의 눈에 전혀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디자이너 브랜드를 고집하지만 집착하지 않는다. 뭘 넘치게 사지도 않는다. “소유”에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에 대한 자신만의 안목과 애정을 귀하게 여긴다. 또한 어려서부터 좋은 물건을 사서 오래 쓰는 것을 하나의 습관처럼 배우고 자라는 가정교육도 본받을 만하다.



 예를 들어 핀란드를 대표하는 그릇 브랜드 “이딸라(littala)”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첫 월급을 탄 날,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 ‘이딸라’ 그릇을 산다. 혹은 생일이나 기념할 어떤 날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릇 시리즈(혹은 그 밖에 각자 좋아하는 디자이너 브랜드의 특정한 물건들)를 하나씩 소중하게 선물하거나 받는 것을 소박한 삶의 행복으로 여긴다. 그리고 하나하나 소중하게 수집한 손 때 묻은 물건들을 대를 이어 간직한다.


소박하고 행복한 삶 "휘게 라이프 (hygee life)"

 더 비싼 물건을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해, 또한 그 소유물을 지키기 위해 부담을 느끼고 지배 받는 삶이 아니라 그 물건과 함께 역사와 애정을 나누며 삶의 행복과 안정을 찾는 태도, 여기에서부터 "hygge"가 시작된다. "hygge"는 덴마크어로 ‘편안함, 아늑함, 아늑한 상태’를 뜻하는 말인데, 저자는 핀란드 사람이지만 'hygge'라는 개념을 북유럽 특유의 심플 라이프의 키워드로 설명한다.


 또한 책에서는 교외 혹은 산 속에 작은 집을 짓거나 빌려 주말이나 휴가마다 가서 머무는 핀란드 특유의 문화를 설명하는데, 도시에서 떨어진 시골에서 직접 나무를 해서 난방을 하고 밥을 짓는 이런 경험은 몹시 불편하지만 이러한 불편함이야말로 삶의 정신을 키운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모든 편리함을 뒤로한 채 불편한 생활로 기꺼이 돌아감으로써 핀란드인들은 고유의 필사적인 삶의 정신을 기른다.” (p98)


 저자는 심플 라이프를 지탱하는 삶의 철학으로 ‘틱낫한’을 인용한다.

“자신을 잃지 않는 삶을 살아야한다. 걱정, 두려움, 열망, 화, 욕구 등 일차원적인 감정에 휩쓸리면 진짜 내면을 외면하게 되고 스스로를 잃어버리기 쉽다. 그래서 항상 ‘자신 찾기’ 수련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비교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으며 나답게’ 사는 삶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 방법으로 ‘자신의 생활방식, 즉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알면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지 않게 된다." 고 조언한다.


 “겸허함과 심플함. 최소한의 물건으로 생활하는 것이라는 불교의 철학은 본디 동양인의 사고”였건만 어쩌다 우리는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잊어버리고, 머나먼 북유럽의 나라들에게서 삶의 지혜를 찾게 된 걸까.


 물론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의 라이프스타일은 대한민국에 사는 내가 나 혼자만 노력한다고 누릴 수 있는 삶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들이 가진 느긋함과 심플함과 겸허함이란 결국 지구 최강의 사회보장 제도를 바탕으로 평일엔 아침 8시에 출근해 4시면 퇴근해서 가족과 함께 저녁을 보내는 삶, 빨간 날엔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고, 일 년에 5주의 유급 휴가를 당연한 권리로 누릴 수 있는 환경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부정할 수 없다.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이 넘치게 먹고, 쓰고, 물건을 사 재는 생활 습관에 집착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할 여유로운 일상을 빼앗겨버린데 대한 보상 심리 같은 게 아닐까……. 북유럽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동경이나 심플 라이프, 미니멀 라이프 열풍 또한 삶의 알맹이가 빠진 자리를 과잉 소비로밖에는 채울 수 없는 삶의 허무함을 탈출하기 위한 몸부림일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기껏 버리고 비운 자리에 고작 새로 산, 유행하는 북유럽풍 인테리어 소품과 가구들을 채워 넣고 삶이 북유럽의 라이프 스타일로 바뀌길 기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점. 진짜 삶의 철학과 태도와 환경이 바뀌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이라는 문화 또한 바뀌려면 대체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진정한 심플라이프, 휘바 핀란드>는 술술 읽히는 책이다. 전에 없이 대단한 삶의 통찰이 번뜩이거나, 엄청난 명문으로 채워진 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저 그런 뻔 한 말들로 트렌드에 얹혀가려는 책도 절대 아니다.


 실제 스스로가 그러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저자의 진솔하고 소박하고 평화로운 일상이 엿보여서 읽는 동안 마음이 차분하고 편안해진다. 솔직히 말하면 ‘비교하지 말라’고 했지만 너무 비교되어서 부럽다. 이런! 기껏 '휘게 hygee' 독서를 한 줄 알았더니 좋은 책을 헛 읽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