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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두스의 "맛" 이야기/지극히 주관적인 맛집 일기

전주 <가족회관>-비빔밥이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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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윤식당2을 볼 때마다 떠올리게 되는 맛집이 있다. 소개 하기 전에 먼저 키워드를 말하면, 바로  스페인의 작은 섬마을 가라치코 사람들을 홀린 마성의 한국손맛 "비빔밥". 

윤식당에서 선보이는 비빔밥이 진짜 한국 전통의 비빔밥이냐 여부는 제쳐두기로 한다. 고추장 대신 간장을 부어 먹든, 밥보다 나물이 많아 샐러드 같은 비주얼이든, 결정적으로 서양맛 물씬한 파프리카를 고명으로 올리든 어떻든 간에 좌우간 연방 "맛있어!"를 외치며 맛있게 먹는 '외쿡'손님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내가 윤식당의 "오너쉐프" 마냥 흐뭇해진다. 그리고 말이 나와 말이지 '전통'이란 것은 본디 '박제'가 아니라 시대와 상황에 맞춰 변화 발전하며 살아 숨쉬는 삶의 결과물인 것을... ... .

그런데 윤식당을 보면서 공감도 하지만 참 궁금하기도 하다. 정말 외국 사람들 입맛에도 진짜로 그렇게~나 맛있을까, 비빔밥이? 어쩌면 애초 이태원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식당을 하는 스타 쉐프들의 외국 사람 입맛 홀리는 비밀 레서피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매주 윤식당의 비빔밥을 보며 늘 머릿속에 떠오르는 또 다른 비빔밥! 바로 전주 비빔밥이다. '그래, 전주하면 음식이 맛있는 고장, 그 중에서도 비빔밥이지!' 이따만한 선입견을 머릿속에 박아 두고서도 늘상 딴 음식만 먹고 실망하길 반복하다가 정작 전주를 떠나기 얼마 전에야 제대로 된 비빔밥을 맛볼 수 있었다. 그것도 "전주에서 비빔밥 젤 맛난 곳이 어디예요?" 라는 질문을 서른 번 정도 하고서. 왜 그랬냐고? 하도 "전주비빔밥, 전주비빔밥"하고 노래들을 부르길래 왠지 전주에서 비빔밥 안 먹고 전주생활 시작했다가는 하는 일에 혹여 '마'라도 낄까하여 오자마자 한옥마을에서 인기 블러거 님들이 입모아 추천한다는 어느 집에 들어가 부러 비빔밥을 시켜 먹고는 왕창 실망한 나쁜 기억 때문이다. 

하여 "로컬 피플"들의 객관적인 "레코멘데이션"이 필요하다고 판단, 제일 친한 친구들이 놀러온다고 한 날에 맞춰 택시 기사 아저씨, 다니던 병원 주치의, 물리치료사, 직장 동료, 까페 주인, 비빔밥 빼고 다 파는 음식점 사장님 등등 전주에서 별 넓지도 않은 인맥을 총동원 입설문한 결과, 결론은 바로 이 집이었다!

전주 "가족회관"

"회관!" 그렇다. 전주에는 지금은 거의 사라진 "회관"자 붙은 밥집이 유독 많다. 어지간히 규모만 되면 거의 "00회관"이다. 대체로 회관들은 옛날부터 그 자리에 오래오래 대규모로 운영해온 집이 많다. 그러다보니 달랑 홀몸 혹은 두셋이서 회관 들어가기가 참 머쓱했는데, 어쨌거나 비빔밥은 "가족회관"이라길래 친구들 도착하기를 기다려 출동해보았다.       

그리고 그 맛은...


갖은 나물 넣고 밥 비벼 먹으면 비빔밥 맛이 거기서 거기일 줄 알았는데, 가족 회관 비빔밥은 "다 거기서 거기"를 뛰어 넘는 맛이다. 밥알 하나하나, 갖은 나물 한가지 한가지, 맛깔나는 반찬 맛이 고유의 느낌으로 살아있다. 가격이 가격인만큼(1인당 13000원)이라 쳐도 이만한 가격에 이보다 못한 집들을 한옥마을에서 너무 많이 겪어서 그런가 너무나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이만하면 전주 와서 비빔밥 먹었다고 말할 정도 되는 맛이다. 

알고보니 건물 건너편에는 식당에서 자체 운영하는 비빔밥 연구소도 있다. 전라감영길 혹은 웨딩거리가 시작되는 길, 산업은행 건너편에 건물 전체를 뒤덮을만한 어마어마한 간판이 있는데, 외관에서 뿜어내는 카리스마 만큼이나 내부 인테리어 또한 강렬하다. 백년이 넘어도 절대 안 썩을 듯한 묵직한 원목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매장 면적 또한 넓디 넓어서 우리집 가족, 남의집 가족, 회사 가족, 친구 친지 가족, 어지간한 '가족들'은 수용하고도 남는, 과연 이름에 걸맞는 "가족회관"이다.  

어쨌거나 제대로된 전주 비빔밥이 먹고 싶다면 강추! 비빔밥에 온갖 맛이 다 있는데 굳이 반찬이 필요할까 싶지만 심히 아름답게 부푼 계란찜을 비롯해 맨밥이랑 먹어도 두 공기는 거뜬할 맛깔스런 반찬들도 하나같이 훌륭하다. 


*전주 지내는 동안 알게 된 맛집 팁 하나! 

00회관 붙은 식당 앞에 괜찮은 자가용들이 쭈르르 주차돼 있으면 틀림없다. 

식당에 들어갔는데 중년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허벌나게 앉아 계시면 틀림없다. 

전주를 떠나기 전에야 이런 지혜를 얻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