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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두스의 "맛" 이야기/지극히 주관적인 맛집 일기

온천천-카페 <아나스 ANAS> "롤 케이크가 맛있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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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난히 일찍 꽃망울을 터뜨린다 싶었는데 참 허무하게도 져버렸다. 해마다 온천천은 부산 벚꽃 명소로 꼽혔는데, 올해는 이거 뭔 게릴라 콘서트도 아니고 폈나? 했더니 전날 밤까지도 시침 뚝 떼고 있다가 다음 날 소리 소문도 없이 팝콘 터지듯 터지고는 채 이틀도 못가서 강풍에 꽃비로 흩어져버렸다. 



후다닥 지나가버린 이 허무한 봄의 퍼포먼스를 목격하며 문득 마음이 짠해지는 건 나이가 들어서인가? 고작 저렇게 피고 가려고 겨울 내내 "언제 필까, 언제 터뜨릴까, 이제나 저제나" 하며 고민했을 벚나무 입장을 생각하니 어쩐지 측은하다.  



하긴 뭐 그럼 어때! 피면 피는대로 지면 지는대로 꽃은 꽃이고, 짧아도 춥고 매워도 봄은 봄인데. 



최근 몇년 사이 시즌에 관계 없이 명소로 떠오른 온천천 카페거리! 봄에는 벚꽃 나들이 온 사람들로 산책길이 마치 퍼레이드 행렬을 방불케 한다. 

사람 구경 실컷 하고 피로가 살짝 몰려올 즈음 들뜨고 번잡한 까페 거리에서 교대 역 방향을 향해 걸어오면 무자비한 카페 리노베이션의 물결 속에서도 꿋꿋이 버티고 있는 주택가가 나타난다. 그 안쪽 길에 오래된 단독 주택을 조용히 개조해 단아하게 자리 잡은 까페가 몇 개 있다. 그 중에서도 나름 '단골부심' 자랑하는 카페 하나를 소개한다. 바로 카페 '아나스 ANAS'


    


번잡한 온천천 카페거리에서 걸음으로 10-15분 떨어진 곳이라 딱 온천천 카페라고 하기가 살짝 애매하지만 온천천 옆에 있는 것은 분명하므로 온천천 카페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날이 더 좋아지면 그러니까 미세먼지가 좀 사라지면 야외 테이블에 앉아도 좋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안에 들어가면 더 분위기가 낫다. 노멀한듯 주인장의 세심한 감성이 느껴지는 인테리어. 혼자 조용히, 둘이 다정히, 혹은 여럿이 마음 편히 머물기 좋다. 책을 읽기도 좋고, 평일엔 노트북 들고 슬쩍 일하러 가 있기도 나쁘지 않다. 



커피는 살짝 평범한 맛. 하지만 주인공은 따로 있다. 바로 카페에서 직접 만든 롤 케이크. 시내에 비해 비싼 가격이 아님에도 그 맛은 썩 놀랍다. 부드럽게 크림을 감싼 소프트한 식감의 케이크와 그 속에 알차게 들어앉은 생크림! 

100% 동물성 생크림을 썼다더니 과연 신선하며 고소하다. 그러면서도 질리게 달지는 않은, 디저트로서 흡족한 고급진 당도로 입맛을 사로 잡는다. 먹고 나서도 더부룩함이 없어서 1인 1롤케이크가 부담스럽지 않다. 

                 



롤케이크가 맛있어서 기대를 품고 나머지 디저트 메뉴도 차례로 먹어 봤는데, 휘낭시에도 괜찮고, 타르트도 대체로 맛이 훌륭하다. 감바스와 피자 같은 메뉴도 함께 있어서 출출할 때는 식사도 가능하다.  



카페 옆에 붙어 있는 옷가게가 카페의 분위기를 독특하게 만들어주는데 한몫 한다. 옷 구경은 자유, 가격이 궁금할 때만 등장하는 센스 만점 사장님이다. 옷가게 사장님이 까페 사장님인듯. 




동네 마실 나온 듯 편안히 들러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 부담없이 맛있는 디저트를 먹고 싶을 때 스스르 발길이 향하는 카페 아나스 ANAS다.